"신의 직장이라던 마사회, 어쩌다 구조조정 상황 내몰렸나"
"신의 직장이라던 마사회, 어쩌다 구조조정 상황 내몰렸나"
  • 안기훈 기자
  • 승인 2020.07.29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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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장 중인 서울 경마공원이 비어 있는 모습.(한국마사회 제공)


'신의 직장'으로 불리던 한국마사회가 인력 감축 등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경마가 4개월 가까이 중단되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여기에 말산업 붕괴를 막기 위해 경마를 재개했지만 '무관중'으로 진행한 탓에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매출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마권 판매는 중단된 반면 경주마 관계자들에게 지급하는 상금과 경마공원 관리비 등은 꼬박꼬박 지급하고 있어서다.

◇ 매출, 한달에만 5000억원 줄었지만…말산업 붕괴 막기 위해 '무관중' 경매 재개

29일 마사회에 따르면 지난 주말 임원회의에서 인력과 조직 감축 등을 포함한 고강도 '비상경영대책'이 논의됐다.

여기에는 Δ명예퇴직 및 희망퇴직을 통한 현원 10% 이상 감축 Δ전 직종 신입사원 채용 중단 Δ조직 축소 개편(단위 조직 145개→100개 이하) Δ무급휴직∙휴업 포함 급여 삭감∙반납 조치 Δ경주 규모∙상금 수준 조정 등이 담겼다.

마사회는 코로나19사태가 절정에 달한 지난 2월 24일부터 6월 18일까지 경마 경기를 전면 중단한 바 있다.

6월 19일부터는 무관중으로 경마를 재개했지만 이후 마사회가 받는 타격은 오히려 더 커질 수밖에 없었다. 마사회 매출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마권 판매 등 수입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 경주마 관계자들에게 지급되는 상금 등 지출은 더 늘었기 때문이다.

마사회에 따르면 무관중 경마 기간 중 한달 평균 60억원 가량이 기수 등 경마 관계자들의 상금으로 지급되고 있다. 경마공원 관리∙운영 직원 등 유휴수당 명목으로도 한달 평균 70억원 가량이 지출된다. 이는 모두 마사회의 기존 재정으로 마련된다.

경마 중단 및 무관중 경기 시행 이후 마사회의 매출 손실은 한달 평균 5000억원~6000억원에 달한다. 7월말 기준 3조원 이상의 누적 손실액이 발생한 것으로 추산된다.

마사회 관계자는 "마사회의 가용자원을 활용해서 말산업을 정상화하는 단계이지만 우리 곳간도 점점 비다 보니 (인력∙조직) 절감이 불가피하다는 위기의식이 커지고 있다"며 "이 때문에 강도 높은 구조조정안까지 불가피하게 나오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중단되었던 경마가 4개월 만에 재개된 6월21일 오전 경기 과천 렛츠런파크에서 무관중으로 경마가 진행되고 있다. 이번 경마는 경주마 소유자인 마주 입장만 허용한 채 무관중으로 실시됐다. 

 

 


◇ '감염우려·사행성' 오명에…방역당국 '경마 부분 정상화'도 난색

공공기관임에도 마사회에 대한 별다른 재정∙행정적 지원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오히려 마사회의 가장 시급한 숙원인 경마장 관중 입장 재개도 정부와 방영당국이 난색을 표하고 있어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코로나19 감염 우려가 높은 상황에서 '사행성' 인식이 여전한 경마장 출입까지 재개해야 하느냐는 부정적 여론을 의식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앞서 마사회는 7월 24일부터 서울경마공원·부산경남경마공원·제주경마공원 등 3개 공원에 한해 전체 입장석의 10% 이내로 관객 입장을 허용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지난주 프로 야구와 축구경기 '직관'이 허용된 것에 발맞춰 제한적 관중허용 수순을 밟은 것이다.

하지만 마사회의 발표 직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재고해 줄 것을 권고했고 마사회는 이를 수용했다. 마사회 측은 "지난 주 (제한적 입장 결정 이후) 안도를 하고 최대한 자구책을 만들어 보자는 기대감이 있었는데 무위로 돌아갔다"며 "생각한 것 보다 좋은 방향으로 가지 않고 있다"고 우려했다.

◇ 8월 협상 중대 기점…"무산시 최악의 상황"

마사회는 일단 8월초 예정된 농림축산식품부, 중앙안전대책본부와의 경마 재개 협의에 기대를 걸고 있다. 이를 통해 경매 정상화에 대한 합의가 이뤄진다면 숨통이 트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반대로 합의가 무산된다면 최악의 상황으로 내몰릴 수 있다. 마사회는 현재 상태가 계속된다면 8월을 기점으로 인력 감축 등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마사회 노동조합은 이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노조는 지난 28일 입장문을 통해 "근로자의 동의가 없는 무급휴직은 불가하다는 점을 재차 확인해 놓고 무급휴직 돌입을 감행하는 저의가 뭐냐"고 비판했다.

무엇보다 말산업 전체의 타격도 불가피하다. 더이상의 '출혈'을 버틸 여력이 없기 때문에 마사회 내부에서는 8월10일부터 31일까지 전 직원 무급휴직을 실시하고 경마를 아예 중단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말산업의 '꽃'인 경마가 다시 중단된다면 당장 경마 종사자뿐 아니라 말생산업 등 관련 업계 전반이 더 심각한 침체에 빠져들 가능성이 크다.

마사회 관계자는 "관계부처, 중대본과 협의에서 경마 재개 시기와 고객 입장 규모 등이 어느 정도 선에서 정해지는가에 따라서 향후 양상도 달라질 것"이라며 "경마경기가 중단되지 않을 수 있고 비용분석을 다시 거쳐 구조조정 폭도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 '언택트'가 근본 해답…21대 국회에선 실현될까

'언택트' 시스템 도입을 위한 법안 개정 등 제도정비가 근본적인 대책으로 지목된다. 마사회 측은 "온라인 발권 시스템은 갖추고 있지만 법에 근거가 없어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현행 '한국마사회법' 제6조 1항은 "경마를 개최할 때에는 경마장 안에서 마권을 발매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2항에는 "경마장 외 장소에 마권의 발매 등을 처리하기 위한 시설을 설치∙이전 또는 변경하려면 농식품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단서가 달려있다. 경마장내 등 허용구역에 입장해 있지 않으면, 즉 무관중 경마 경기에서는 마권을 팔 수도 살 수도 없는 상황이다.

이에 반해 '언택트(비대면)' 발권 시스템 도입한 주변 국가들은 무관중 경마에도 불구하고 큰 타격을 입지 않고 있다. 2월부터 무관중 경마를 실시한 홍콩의 경우 매출 손실은 코로나 사태 초기 전년 동기 대비 25%에서 3월 20%로 줄었다. 일본은 3월 기준 10%, 호주도 15%까지 감소폭을 줄였다.

이들은 온라인 경마권 발행 체계를 이미 코로나 사태 이전부터 도입했다. 일본은 지난 2018년 총 매출 중 68.8%인 22조원이 온라인 발권을 통해 얻은 수익이다. 온라인과 유사한 계좌발매 매출까지 합치면 약 88.8%에 달한다.

우리나라에선 가장 중요한 국회 차원의 논의가 미뤄지면서 언택트 시스템 도입도 실현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미 지난 20대 국회에서 강창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마장외' '전자식 구매수단'을 도입할 수 있도록 하는 마사회법 개정안을 대표발의 한 바 있다. 그러나 '역대급 식물국회'였던 20대 임기 중 논의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채 폐기됐다.

마사회 관계자는 "21대 국회에서 (언택트 시스템 도입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는 것 같아 기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