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해운업계 '치킨게임' 재개 신호탄…심상찮은 '몸집불리기'
글로벌 해운업계 '치킨게임' 재개 신호탄…심상찮은 '몸집불리기'
  • 윤학 기자
  • 승인 2021.05.17 0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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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스크 라인(Maersk Line) 소속 컨테이너 선박인 17만톤급 에바머스크호(Ebba Maersk)호 


 역대급 운임 고공행진으로 초호황을 누리는 글로벌 해운업계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10년여 간 지속해온 치킨게임을 중단, 숨고르기에 들어갔던 대형 해운사들이 선박 신조에 열을 올리며 2~3년 후 출혈경쟁 재개 전망이 높아지고 있다.

현 신조 발주 추세대로면 선복량 1, 2위를 다투는 머스크와 MSC의 순위가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4위 CMA-CGM는 3위 코스트코 자리를, 7위 에버그린은 하팍로이드(5위)와 ONE(6위)을 넘어 5위 자리를 넘보고 있다. 유일한 국적선사 HMM(8위)이 경쟁력을 갖기 위해선 추가 선대확충이 절실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17일 해운·조선업계와 글로벌 해운시장 조사업체 알파라이너 등에 따르면, 3월말 선복량 기준 글로벌 주요 컨테이너 선사 순위는 Δ1위 APM-머스크(412만TEU) Δ2위 MSC(390만TEU) Δ3위 코스트코(302만TEU) Δ4위 CMA CGM(301만TEU) Δ5위 하팍로이드(177만TEU) Δ6위 ONE(161만TEU) Δ7위 에버그린(132만TEU) Δ8위 HMM(75만TEU) 순이다.

시장 점유율을 살펴보면 Δ1위 APM-머스크(16.9%) Δ2위 MSC(15.9%) Δ3위 코스트코(12.3%) Δ4위 CMA CGM(12.3%) Δ5위 하팍로이드(7.2%) Δ6위 ONE(6.6%) Δ7위 에버그린(5.4%) Δ8위 HMM(3.1%) 순이다.

해운업계 1·2위에 나란히 랭크된 머스크과 MSC는 막대한 선복량과 점유율을 바탕으로 '2M' 얼라이언스를 맺고 세계 해운시장에 큰 영향력을 발휘해왔다. 2010년대 해운업계 불황도 급격하게 선복량을 늘리며 저가 운임 공세에 나서며 치킨게임을 주도한 게 2M이다.

10년 간 이어진 저가운임 구조는 글로벌 해운업계가 재편되며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우리 국적선사인 한진해운은 파산했고, 일본 컨테이너 선사 3곳이 합병해 ONE으로 뭉치는 등 구조조정·합병이 잇따랐다. 그러면서 머스크와 MSC의 '2M', CMA CGM과 코스코시핑(Cosco), 에버그린라인의 '오션', 하팍로이드와 ONE, HMM, 양밍 해운이 속한 'THE' 얼라이언스 3강 체제가 구축됐다.

저가 운임 출혈경쟁으로 '파산할 만한 해운사는 다 파산했다'는 평가 속에 해운업계는 다시 안정기에 접어들었다. 물류대란과 겹치면서 지난해 하반기부터 고운임 시대가 도래했다. 그러자 해운업계는 사상최대 실적을 토대로 번 돈을 신규 선박에 투자하며 대대적인 몸집 불리기에 나섰다.

현재 MSC가 주문한 신조선박은 66만TEU에 달한다. HMM 현재 총 선복량에 육박하는 규모다. 머스크가 신규 발주를 하지 않을 경우 2~3년 후 MSC가 선복량 1위 선사에 오를 전망이다. 3위 코스트코는 27만6000TEU를, 4위 CMA CGM은 35만4000TEU 규모의 신규 선박을 발주해놓은 상태다. 이 추세면 3,4위 자리도 뒤바뀌게 된다.

5위 하팍로이드(14만TEU), 6위 ONE(26만TEU)도 적지 않은 신규선박을 발주했지만 7위 에버그린이 70만TEU 넘는 주문을 넣으면서 5위 자리를 넘보고 있다. 5~6위 선사들은 현재 주문량만으로도 200만TEU까지 선복량이 늘어나게 된다.

국적선사인 HMM 역시 10만TEU 가까운 신조를 진행 중이지만 글로벌 탑7 해운사들에 비하면 상승폭이 높지 않다. 정부와 해수부가 상반기 중 1만3000TEU급 12척 규모 추가 신조 지원 추진 등 2025년까지 HMM 선복량을 112만TEU까지 끌어올린다고 했지만 상위 선사들과의 몸집 차이는 점점 더 벌어지는 모양새다.

다만 HMM이 1만6000TEU급 이상 초대형선 중심으로 신규 선박을 도입한데 이어 1만3000TEU급 대형선을 추가 신조한다는 점에서 선대 효율성은 최상위권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선 비율 역시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는 점도 비용 측면에서는 긍정적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HMM의 선대도 꾸준히 확충되고 있지만 상위 컨테이너 선사들의 공격적 신조 확대가 더욱 두드러지는 형국이다. 작게는 2배, 많게는 4배 이상 선복량 차이가 벌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호황기에 미리 대비하지 않으면 한국 해운산업은 다시 생존의 기로에 설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