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도 길다"…불 없이 1분 조리로 끝 '유수비빔면' 어떻게 탄생했나
"3분도 길다"…불 없이 1분 조리로 끝 '유수비빔면' 어떻게 탄생했나
  • 오지민 기자
  • 승인 2021.06.04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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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택 CJ식품연구소 부장과 이희민 연구원(오른쪽)이 1일 오후 서울 중구 CJ제일제당센터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앞두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1.6.1


지난해 겨울 굵은 눈보라가 몰아치던 날, 서울의 한 국수 전문점 뒤뜰 쓰레기장에 수상한 그림자가 비쳤다. CJ제일제당 식품연구소 면(Noodle)팀 최종택·이희민 연구원이 무언가를 찾느라 분주하게 움직이는 모습이었다. 식당이 사용한 밀가루와 소스통 상표를 확인하기 위해 바삐 움직이는 두 사람의 눈빛이 눈보라를 비집고 밝게 빛났다.

국내 최초 유수면(流水麵) '비비고 비빔유수면'은 첩보작전을 방불케 하는 연구원들의 열정으로 탄생했다. 국내 소비자에겐 아직 낯선 유수면은 흐르는 물에 면을 풀어 불 없이 조리할 수 있는 면을 말한다. 업계에선 벌써 이번 제품이 팔도·오뚜기부터 농심·풀무원·삼양식품이 참전한 올 여름 비빔면 전쟁에 마침표를 찍을 혁신제품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1일 서울 중구 CJ제일제당센터에서 제품 개발의 뒷이야기를 들어봤다.

◇"비빔면 조리 불편해서"…'불'이 불필요한 비빔면 탄생

이번 신제품 '비비고 비빔유수면'은 5년 차 이희민 연구원의 아이디어에서 탄생했다. '스팸이 너무 좋아서' CJ제일제당에 입사했다는 그는 소비자의 작은 불편함을 놓치지 않는 남다른 감각을 발휘해 혁신 제품 탄생을 이끌었다.

이 연구원은 "제가 면팀의 막내였을 당시 물을 한 솥씩 끓여놓고 조리법에 맞춰 계량하는 시식 준비를 자주 했다"며 "조리 시간이 모두 다르기도 해서 비빔면을 만드는 과정이 매우 복잡하고 고려할 게 많다는 불편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소비자도 같은 마음일 것이란 생각으로 비빔면 신제품을 개발해보자는 결심을 한 것도 그때부터다. 지난해 8월 면팀에서 아이디어 경진대회가 열렸을 때, 이 연구원이 적극적으로 아이디어를 냈다. 센터장과 연구소장을 거쳐 대표에게 보고 후 유수면 개발을 시작하기까지 3개월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유수면'이란 흐르는 물로 면을 분리해 조리할 수 있는 면의 종류를 말한다. 1988년 일본 시마다야(シマダヤ)사에서 최초로 만들었다. 면을 끓이지 않고 흐르는 물로 풀어서 신속하게 조리할 수 있다는 장점과 동시에 면 제조 공법이 까다롭고 유통기한이 짧다는 단점이 있다. 일본에는 냉장 유수면 형태가 많고, 냉동 타입 역시 B2B(기업 간 거래)용이 일반적이다

비비고 비빔유수면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선보이는 유수면 형태 비빔면이다. 특히 면·고명·소스까지 동봉한 가정간편식(HMR) 형태 냉동 유수면은 전 세계에서 거의 시도가 없었을 만큼 혁신적이다. 조리법도 간단하다. 냉동상태의 면을 채반에 밭쳐 따뜻한 물을 40초간 뿌린 후 20초간 찬물에서 면을 풀어 소스와 비비면 완성이다. 유통기한도 최장 9개월까지 늘렸다.

이 연구원은 면 개발에 가장 큰 노력을 쏟아부었다. 이 연구원은 "냉장고에 오래 둔 밥이 투명하고 딱딱해지듯 전분 분자가 용해된 후 재결합하는 과정에서 말랑한 식감이 떨어진다"며 "이런 '노화현상'이 일어나면 면도 뚝뚝 끊기기 때문에 냉동처리로 노화현상을 지연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모든 냉동면은 물에 헹구면 풀어지지만, 물에 녹인 뒤에도 쫄깃함을 유지하는 배합이 핵심 기술이다. 이 연구원은 "면을 천천히 얼리면 면 속의 얼음 결정이 커지기 때문에 녹았을 때 공간이 커져서 쫄깃한 식감이 줄어든다"며 "자연스러운 국수 식감을 내면서 쫄깃한 식감을 유지할 수 있도록 -35도 이하에서 급속으로 면을 얼려 면 속 빙결 크기를 줄이고 조직을 치밀하게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이희민 CJ식품연구소 연구원과 최종택 부장(오른쪽)이 1일 오후 서울 중구 CJ제일제당센터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앞두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1.6.1

 

 


◇비빔면 핵심 '소스' 차별화…"맛집 노하우 샅샅이 탐색했죠"

이번 비빔유수면 탄생 뒤에는 또 한 명의 숨은 조력자가 있다. 비빔면의 성패를 좌우하는 '소스'와 '고명' 개발을 맡은 최종택 면팀 부장이다. 그는 지난 20여 년간 여러 식품 회사를 거치며 식품 개발을 한 베테랑이다. 평소 요리하기를 좋아해서 '명절이 피곤하다'는 최 부장은 인터뷰 내내 이희민 연구원과 가족처럼 다정해 보였다.

최 부장은 비빔면에 맞는 최적의 소스를 개발하기 위해 이 연구원과 함께 하루에 4곳씩, 한 달간 30곳이 넘는 비빔면 맛집을 드나들었다. 그는 "포장이 안 되는 맛집이면 몰래 샘플링을 하고 면의 길이·두께·모양을 식당 테이블 아래에서 측정했다"며 "화장실에 가는 척을 하면서 주방을 들여다보거나 쓰레기통을 뒤지기도 했다"고 떠올렸다.

그렇게 하루를 비빔면으로 채우고 나면 온종일 배가 무겁고 걸을 수도 없었다. 구내식당에서 나온 면 요리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는 "소비자가 진짜 좋아하는 맛을 내기 위해선 한 달 내내 10끼도 먹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업에 대한 충실한 태도가 이런 제품 탄생으로 이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옆에서 함께 이야기를 듣던 이 연구원은 "제가 항상 소화제를 가지고 다니면서 챙겨드린다"고 웃음을 지었다.

최 부장이 개발한 소스는 일반 비빔면과는 차별화한 맛을 강조했다. 최 부장은 "시중 비빔면 비빔장의 특징은 달고 새콤하고 매콤하다. 뻔한 맛에서 탈피해 소고기 고추장이라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며 "유수면이 냉동면이기 때문에 비빔 소스에 소고기 원물을 그대로 넣을 수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최 부장의 '소스' 감각은 업계에서 유명하다. CJ제일제당 이전에 몸담은 식품회사에서 스프와 조미 연구를 맡았었다. 당시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국물떡볶이 HMR을 개발해 업계에 국물떡볶이 열풍을 일으켰다. 국물이 없는 뻑뻑한 떡볶이 제품에 대변신을 이끈 제품이었다. 밤낮없는 맛집 탐방은 떡볶이 소스 개발 당시에도 계속됐다.

그가 새로 개발한 고명도 이번 비빔유수면에서 눈여겨봐야 할 핵심 요소다. 최 부장은 "총 5종의 채소를 각각 다른 시간으로 익혀 물로 해동했을 때 최적의 식감을 내도록 만들었다"며 "국내 소비자에게 두루 사랑받는 채소로 우선 선택했다"고 말했다. 상추와 오이는 해동했을 때 품질을 유지하기 어려워 제외됐다.

비빔유수면 개발팀의 작품이 1500억원대 비빔면 시장에 불러올 파장이 기대됐다. 동시에 앞으로 출시할 제품에도 관심이 모였다. 최 부장은 "제가 가장 이상적이라 생각하는 제품은 라면"이라며 "라면만큼 싸고 응용력이 좋은 음식이 떡볶이라고 생각한다. 대표 한식 떡볶이를 세계 시장에 알리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 연구원 역시 세계를 무대로 한식을 알리는 것이 꿈이다. 그는 "글로벌 시장에서 통하는 면제품 또는 대형 제품을 출시하는 것이 목표"라고 언급했다.

이 연구원은 소비자를 위해 마지막으로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저희 유수면은 새로운 유형의 제품이니 설명서도 잘 참고하시고 채반에 밭친 다음 아기 머리를 감겨주듯 살살 풀어주세요. 면을 물에 담가버리면 불어버리니까 흐르는 물에 해동하셔야 합니다" 한 마디 한 마디에 최고의 맛을 전하고 싶은 개발자의 마음이 가득하다.

 

 

 

 

 

 

 

비비고 비빔유수면(비비고 유튜브 채널)